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비정규직 신분으로 쓰는 짤막한 회고
    일기 2019. 4. 18. 21:12

    일기 카테고리를 만들어둔 것이 무색하여 오랜만에 한번 써본다.

     

    경력을 리셋하고 개발을 시작한지 벌써 3년차에 접어들었다.

    첫 회사를 퇴사하면서 '그래....눈 딱 감고 한 3년 정도만 고생한다고 생각하자...' 라는 각오로 개발 공부를 시작했는데

    정말 3년을 고생하게 될 줄은 몰랐다.

    말이 씨가 된걸까?

    이럴 줄 알았다면 말이라도 '한 6개월만 고생하면 될거야^^!!' 라고 할걸 그랬다.

     

    3년전까지만 해도 개발하면 전혀 다른 우주의 이야기 같았고,

    프리랜서는 남의 인생에만 있는 포지션인줄 알았다.

    물론 지금도 개발자라고 소개하기 민망할 정도로 초보 티를 풀풀 내고 있긴 하지만

    천상 이과와는 거리가 멀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 30년을 살아왔던 내가

    지금은 프리랜서 개발자로 먹고 살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인생은 관뚜껑에 못 박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신비로운 것이다.

     

    나는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아는 그런 애라서

    이전에는 와닿지 않았던 프리랜서의 장단점을 아주 적나라하게 느끼고 있다.

    내가 언제 짤릴지 나도 모르고 고용주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는 거대한 불안감과, 

    아직 경력이 충분치 않다보니 이 프로젝트가 엎어지면 비슷한 조건의 다른 프로젝트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긴장감과,

    정직원으로 일하는 친구들만 데리고 회의를 하면서 결정된 사항을 뒤늦게 알게 되는 그런 치사함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꼰대 상사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근무시간 외의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점과,

    맘에 안 드는 사람과 같은 팀이 되어도 이 프로젝트만 무사히 끝내면 되니까 조금만 더 참자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에서 정규직 개발자로 일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숫자가 페이로 들어온다는 점

    이런 것들이 함께 뒤섞여서 아직까지는 살만하다.

     

    3년 뒤에는 나도 내가 뭘하면서 살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부디 지금보다 더 깔끔한 코드를 짜는 개발자, 내 앱을 출시한 개발자ㅋㅋ가 되어 있기를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