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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잡식 2018. 2. 20. 09:16
2015년 겨울에 이 책을 선물 받았는데, 초반부를 조금 읽은 이후로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바람에 다시 책을 집을 엄두를 못 냈다.
그러다가 어느날,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가봤다가 저자의 신작이 잔뜩 쌓여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는 고작 읽기만 하면 되는 일조차 2년동안 안하고 있는데, 이 사람은 이 길고 긴 글을 또 한번 써서 책을 더 내다니!!!!
무슨 일이 있어도 2017년이 가기 전에는 이 책을 꼭 다 읽고 말겠다고 나와 약속하여,
우여곡절 끝에 아득바득 2017년 12월 말에서야 이 책을 다 읽었다.
우선은 이렇게 인류역사를 하나로 꿰어서 흉기로 쓰일 수 있을 만큼 두꺼운 책을 만들어냈다는 점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읽는 내내 (물론 나보다 훨씬 박학다식하고 똑똑한 양반이지만) 지식인 답지 않은 사상이 담긴 문장들이 언뜻 언뜻 등장하여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에 가서는 이런 얘기를 쓰기 위해 이렇게 두꺼운 분량을 써내려갔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허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래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나 싶은 구절들이 이 두툼한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따로 메모해뒀던 문장들만 정리한다.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 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농업혁명은 사피엔스가 자연과의 긴밀한 공생을 내던지고 탐욕과 소외를 향해 달려간 일대 전환점이다.
내 집에 대한 집착과 이웃으로부터의 분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자기중심적이 된 존재의 심리적 특징이 되었다.
기원후 1400년까지만 해도 농부들은 지표면의 2퍼센트에 불과한 좁은 지역에 몰려 살았다
농경시대에는 공간이 축소되는 동안 시간은 확장되었다.
농부들은 미래의 몇 해나 몇십 년이라는 세월 속으로 상상의 항해를 떠났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단 사상 또한 신화다.
평등이나 권리, 유한회사와 마찬가지로 자유란 사람들이 발명한 무엇이고,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특정한 질서를 신뢰하는 것은 그것이 객관적으로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믿으면 더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질서는 안정된 질서다. 이와 반대로 상상의 질서는 언제나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신화에 기반하고 있고, 신화는 사람들이 신봉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상상의 질서를 보호하려면 지속적이고 활발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노력 중 일부는 폭력과 강요의 형태를 띤다.
상상의 질서를 믿게 하려면 그 질서가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신이나 자연법에 의해 창조된 객관적 실재라고 늘 주장해야 한다.
오늘날 사람들이 휴가에 많은 돈을 쓰는 이유는 그들이 낭만주의적 소비지상주의를 진정으로 신봉하기 때문이다.
낭만주의는 우리에게 인간으로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고대 이집트의 엘리트처럼, 대부분의 문화에 속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피라미드 건설에 삶을 바쳤다.
문화에 따라 피라미드의 이름과 형태와 크기가 달라질 뿐이다.
인간은 단순히 자기 DNA를 복사하고 이를 후손에게 전해주는 것만으로는 사회운영에 필요한 핵심정보를 보존할 수 없다.
사피엔스의 사회질서는 가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가능하게 하고 문화는 금지한다.
자연스러움과 부자연스러움이라는 우리의 관념은 생물학이 아니라 기독교 신학에서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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